실란 왕국錫蘭國, 니코바 왕국裸形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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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란 왕국錫蘭國 부록: 니코바 왕국裸形國

출라우웨에서 남쪽으로 출항하여 순풍을 타고 뱃길로 사흘 동안 가면 바다 위에 뜬 니코바(翠藍山, Nicobar)가 보인다. 거기에 있는 서너 개의 산 가운데 가장 높고 큰 산을 그 지역에서는 안다만(按篤蠻, Andaman) 산이라고 부른다.

이곳 사람들은 둥지나 동굴에 살면서 남녀 모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어서 마치 짐승 같은 모습이다.

쌀은 나지 않고 오직 고구마와 바라밀, 바나나 따위만 먹으며, 간혹 바다 속에서 물고기나 새우를 잡아서 먹는다. 이곳 사람들에게 전해오는 얘기에 따르면 몸에 작은 천 조각이라도 걸치면 즉시 부스럼이 생긴다고 했다. 옛날에 석가모니 부처가 바다를 지날 때 이곳에서 뭍에 올라 옷을 벗어 놓고 물속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데 이곳 사람들이 그 옷을 훔쳐서 숨겨 놓는 바람에 석가모니의 저주를 받아 지금까지 옷을 입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속에서 출란오(出卵塢)라고 부르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自帽山南放洋, 好東風船行三日, 見翠藍山在海中. 其山三四座, 惟一山最高大, 番名按篤蠻山. 彼處之人巢居穴處, 男女赤體, 皆無寸絲, 如獸畜之形. 土不出米, 惟食山芋波羅蜜芭蕉子之類, 或海中捕魚蝦而食. 人傳云, 若有寸布在身, 卽生爛瘡. 昔釋迦佛過海, 於此處登岸, 脫衣入水澡浴, 彼人盜藏其衣, 被釋迦呪訖, 以此至今人不能穿衣. 俗言出卵塢, 卽此地也.

이곳을 지나 서쪽을 향해 뱃길로 이레 동안 가면 나무나쿨리(鶯哥嘴山, Namunakuli) 산이 나타나고, 다시 이삼일을 더 가면 돈드라 헤드(佛堂山, Dondra Head)에 이르고 비로소 별라리(別羅里)라고 부르는 석란국의 항구에 도착해서 이곳에 배를 정박하고 뭍에 올라 육로를 가게 된다.

이곳 해변의 산발치에 있는 빛나는 돌 위에는 길이 두 자 남짓한 발자국이 있는데, 석가모니 부처가 니코바에서 와서 여기를 통해 뭍에 오르면서 이 돌을 밟았기 때문에 발자국이 남게 되었다고 한다. 그 안에는 마르지 않는 얕은 물이 있어서 사람들은 모두 그 물에 손을 담가서 세수를 하거나 눈을 씻으면서, “부처님의 물이라 맑고 깨끗하다!” 하고 얘기한다. 그 왼쪽에 절이 있는데 그 안에 석가모니 부처의 진신(眞身)이 모로 누운 채 썩지 않고 여전히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부처의 진신이 누운 자리는 각종 보석으로 장식한 침향목으로 만들었는데 대단히 화려하다. 또 부처의 치아와 사리(舍利) 등이 당(堂)에 보존되어 있다. 석가모니가 열반한 곳이 바로 이곳인 것이다.

過此投西, 船行七日, 見鶯哥嘴山. 再三兩日, 到佛堂山, 纔到錫蘭國馬頭, 名別羅里, 自此泊船, 登岸陸行. 此處海邊山脚光石上, 有一足跡, 長二尺許, 云是釋迦自翠藍山來, 從此處登岸, 脚踏此石, 故跡存焉. 中有淺水不乾, 人皆手蘸其水洗面拭目, 曰, 佛水淸淨. 左有佛寺, 內有釋迦佛混身側臥, 尙存不朽. 其寢座用各樣寶石裝嵌沉香木爲之, 甚是華麗. 又有佛牙幷活舍利子等物在堂. 其釋迦涅槃, 正此處也.

다시 북쪽으로 4, 50리쯤 가면 비로소 국왕의 거처에 도착하게 된다. 국왕은 촐라(鎖俚) 사람으로서 불교를 숭배하고 코끼리와 소를 존경한다. 사람들은 쇠똥을 불에 태워 그 재를 온 몸에 바르고 쇠고기는 감히 먹지 않고 단지 우유만 먹는다. 만약 죽은 소가 있으면 바로 땅에 묻어 준다. 사적으로 소를 잡는 사람은 국왕이 법에 따라 사형에 처하는데, 간혹 쇠머리 크기의 황금을 바쳐서 그 죗값을 치르기도 한다. 국왕이 거처하는 곳에는 매일 새벽에 백성들이 신분의 고하에 상관없이 찾아와서 물에 희석한 쇠똥을 집 아래 땅바닥에 두루 바른다. 그런 뒤에 부처에게 절을 하는데 두 손을 앞으로 펴고 두 다리를 뒤쪽으로 곧게 편 채 가슴과 배를 땅바닥에 붙여서 절을 한다.

Sri Lanka’s The Sigiriya Lion Rock, 사진 Amila Tennakoon

又北去四五十里, 纔到王居之處. 國王係鎖俚人氏, 崇信釋敎, 尊敬象牛. 人將牛糞燒灰, 遍搽其體, 牛不敢食, 止食其乳. 如有牛死, 卽埋之. 若私宰牛者, 王法罪死, 或納牛頭大金以贖其罪. 王居之址, 大家小戶每晨將牛糞用水調稀, 遍塗屋下地面, 然後拜佛, 兩手舒於前, 兩腿直伸於後, 胸腹皆貼地而爲拜.

국왕의 거처 옆에는 커다란 산이 구름을 뚫고 높이 솟아 있는데, 산꼭대기에 사람 발자국 하나가 바위 속으로 깊이 두 자, 길이 여덟 자 남짓 파고 들어가 있다. 사람들은 이것이 인류의 조상 아담(阿聃, Adam) 성인 즉 반고(盤古)의 발자국이라고 한다. 이 산에서는 붉은 야쿠트(雅姑)와 푸른 야쿠트, 노란 야쿠트, 청미람석(靑米藍石), 실라니(昔剌泥, Sīlānī), 굴몰람(窟沒藍) 등의 모든 보석들이 다 있다. 매번 큰비가 내리면 흙속에서 씻겨 나와 모래밭으로 흘러내리는데, 찾아보면 금방 주울 수 있다. 이들은 늘 보석은 부처님의 눈물이 응결되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王之居側, 有一大山侵雲高聳. 山頂有人脚跡一箇, 入石深二尺, 長八尺餘, 云是人祖阿聃聖人, 卽盤古之足跡也. 此山內出紅雅姑靑雅姑黃雅姑靑米藍石昔剌泥窟沒藍等一切寶石皆有, 每有大雨冲出土, 流下沙中, 尋拾則有. 常言寶石乃佛祖眼泪結成.

그곳 바다 속에 눈처럼 새하얀 유사(流沙)가 있는데, 해와 달이 그 모래를 비추면 아름다운 광채가 일렁여서 날마다 진조조개가 모래 위에 모여든다. 국왕은 진주 연못을 만들어 이삼 년에 한 번씩 사람을 파견해 조개를 채취하여 연못 안에 쏟아 붓게 하고 간수를 두어 연못을 지키게 한다. 그리고 조개가 썩어 문드러지면 물로 씻어내 진주를 찾아 관청에 바치게 한다. 그것을 몰래 훔쳐서 다른 나라에 파는 이들도 있다.

其海中有雪白浮沙一片, 日月照其沙, 光采瀲灩, 日有珍珠螺蚌聚集沙上. 其王置珠池, 二三年一次, 令人取螺蚌傾入池中, 差人看守此池, 候其壞爛, 則用水淘珠, 納官. 亦有偷盜賣於他國者.

이 나라는 영토가 넓고 인구가 조밀하여 자바 왕국에 비견될 만큼 민간 풍속이 풍요롭고 부유하다. 남자들은 상체를 벗고 다니고 아래는 염색한 실로 짠 수건을 두르고 다시 넓은 천을 허리에 두른다. 온 몸의 털들은 모두 깔끔하게 깎지만 머리카락은 남겨둔 채 하얀 천으로 감싼다. 부모가 죽으면 수염을 깎지 않는 것이 효도하는 예법이라고 여긴다. 아낙들은 머리 뒤쪽에 상투를 틀고 아래는 하얀 천을 두른다. 신생아의 경우 남자는 머리를 깎지만 여아는 배냇머리를 깎지 않고 성인이 될 때까지 기른다.

其國地廣人稠, 亞於爪哇國, 民俗富饒. 男子上身赤膊, 下圍色絲手巾, 加以壓腰, 滿身毫毛俱剃淨, 止留其髮, 用白布纏頭. 如有父母死者, 其鬚毛則不剃, 此爲孝禮. 婦人撮髻腦後, 下圍白布. 其新生小兒則剃頭, 女留胎髮不剃, 就養至成人.

버터기름[酥油]이나 우유가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다. 밥을 먹고 싶으면 남모르는 곳에서 몰래 먹고, 남에게 먹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평소 빈랑과 구장 잎을 끊임없이 입에 넣고 지낸다. 쌀과 곡식, 참깨, 녹두는 모두 있지만, 오직 보리와 밀만은 없다. 야자는 아주 많고, 기름과 설탕, 술과 간장은 모두 이런 것들로 만들어 먹는다. 사람이 죽으면 화장하여 유골을 묻는데, 상가에는 친척과 이웃의 아낙들이 모여서 모두 두 손으로 일제히 가슴을 치며 크게 소리치고 통곡하는 것을 예의라고 여긴다. 과일로는 바나나와 바라밀, 사탕수수가 있다. 오이와 가지 같은 채소와 소, 양, 닭, 오리도 모두 있다.

無酥油牛乳不食飯. 人欲食飯, 則於暗處潛食, 不令人見. 平居檳榔荖葉不絕於口. 米穀芝蔴菉荳皆有, 惟無大小二麥. 椰子至多, 油糖酒醬皆以此物做造而食. 人死則以火化埋骨, 其喪家聚親鄰之婦, 都將兩手齊拍胸乳而叫號哭泣爲禮. 其果有芭蕉子波羅蜜甘蔗. 瓜茄蔬菜, 牛羊雞鴨皆有.

국왕이 금화를 만들어 통용하는데, 금화 한 개의 무게는 관청의 저울로 1푼 6리이다.

중국의 사향(麝香)과 모시실, 염색한 명주, 청자쟁반과 그릇, 동전, 장뇌(樟腦)를 무척 좋아해서 즉시 보석이나 진주와 교역한다. 국왕은 늘 사람을 파견하여 보석 등의 물건을 가지고 바다를 통해 귀항하는 보선(寶船)을 따라가 중국에 공물로 진상한다.

王以金爲錢, 通行使用, 每錢一箇, 重官秤一分六釐. 中國麝香紵絲色絹靑磁盤碗銅錢樟腦, 甚喜, 則將寶石珍珠換易. 王常差人賫寶石等物, 隨同回洋寶船進貢中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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